SK가 드디어 신형 셋톱박스를 출시하긴 했는데,

처음 보자마자 "...이게 뭐야?"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 저게 뭐냐고요? 카.. 카메라입니다... ]

하다하다 이제는 셋톱박스에 카메라 탑재하는 시대가 열린 겁니다!

이게 어떤 뜻이냐고요?

아쉽지만 큰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도대체 컨셉이 뭔데?

9월 25일에 출시한 셋톱박스 이름은 AI4 Vision입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셋톱박스에다가 + 1️⃣AI비서 + 2️⃣AI사운드 + 3️⃣카메라를 곁들인 것이죠.

이름에서부터 AI 유행(?)에 편승하고 싶은 SK의 강력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AI는 곁들임이지, 메인요리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게 SK만의 특장점인가요?

그렇진 않습니다.

AI비서 기능은 다른 통신사에도 이미 존재했습니다. SK에 에이닷이 있다면 KT는 기가지니, LG는 익시가 있지요 ㅎㅎ

결국 이들은 삼성의 빅스비 · 애플의 시리 · 아마존의 알렉사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내가 말하는 거 듣고(=입력) → 적절한 응답을 해주는(=출력) 아이들이지요!

[이름만 다를 뿐, 역할과 목적은 동등합니다]

AI사운드는 1️⃣사람 음성을 더 또렷하게 해주거나 2️⃣소리 크기를 평준화 하는 기능인데, 일찍이 LG유플러스에서 채택했습니다. LG전자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져 성능 기대치도 매우 높지요.

카메라는 현시점에서는 SK 고유 특징이지만, 사실.. 7년 전에 이미 KT에서 출시하긴 했습니다. 물론 쫄딱 망하고 사라졌지요...😂

자, 여기서 우리는 "KT가 쫄딱 망했었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팔리지 않는 물건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SK에서 "팔릴 만한 이유"를 확실하게 준비했는지 현 시점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 KT에서는 7년 전, 모듈형 카메라라는 무모한(?) 시도를 했었지요 ]

결국 SK에서 출시한 AI비전 셋톱박스는 -다소 힙해 보이는 이름과 달리- 선도적이거나 혁신적이라기보다는, 유행과 시류에 발맞춰가는 기종으로 느껴집니다.

스펙과 요금

-  스펙은 모든 면에서 스마트3를 압도합니다. 하지만 5년 전 구형보다 스펙이 떨어지면.. 당연히 안 되죠!

- 애플tv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습니다. 일단 돌비 애트모스가 지원되지 않고, 부피 차이도 큽니다. 완전 최신형 VS710 칩셋이 탑재되긴 했지만,  결국 범용성에 주안을 둔 ARM Cortex기반이니.. 애플의 Bionic 15를 능가하긴 어려울 것이고요.

-  제일 큰 문제는 요금입니다.

스마트3가 출시된 지 5년이 지난 구닥다리 기종인 건 맞지만, 스마트3 vs AI4 비전의 요금 차이가 무려 2배입니다!(4,400 vs 8,800원)  매월 +4,400원의 추가 요금을 지불할 만큼 → AI4 비전이 큰 가치를 제공하느냐 물어보신다면.. 저는 솔직히 말문이 막힙니다.

- 애플TV vs AI4 비전은 어떤가요? 기본기만 보면 당연히 애플TV의 손을 들어줄 것이고, 심지어 6,600 vs 8800원으로 애플TV가 더 저렴합니다!

[ 사진 한 장으로 요약 가능하겠네요... ]

- 결국 "카메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위해.. 매월 2,200~4,400원을 쓴다는 게, 저에게는 큰 무리수로 보입니다.

- 발열 상태는 애플TV와 엇비슷합니다.

스마트3가 발열은 제일 적죠 (물론 스펙도 제일 낮은..)

외관 둘러보기

셋톱박스 본체와 리모컨입니다.

카메라가 탑재된 것 치고, 꽤 얇게 뽑아냈습니다.

카메라는 평소 덮여있습니다.

사용할 경우에만 쏘~옥 팝업 됩니다.

아예 카메라를 꺼버릴 수 있는 물리 버튼까지 있습니다!

이건 SK가 판단 잘했습니다.

몰카 당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

1️⃣  AndroidTV OS의 보안 관련 패치가 최신으로 적용되었고

2️⃣ ioXt 인증도 받았고

3️⃣ 아예 ON/OFF 가능한 물리 버튼을 '굳이' 따로 만들어두었으며

4️⃣ 카메라는 사용할 경우에만 딱!  팝업 됩니다.

많은 고민의 흔적이 보입니다.

뻔한 ABS 수지.

마감 상태는 좋습니다.

단자가 정말 많네요.

장기적으로 이런저런(?) 콘텐츠를 염두에 두었는지 MIC 입력 단자까지 있습니다 

...음 나중에 노래방 앱 넣으려고..?

리모컨입니다.

일명 SA02 모델인데, 친환경을 소구점으로 내세웠던 SA01의 후속작입니다.

웬 친환경이냐고요? 충전식 배터리를 도입했고, 친환경 플라스틱을 사용했거든요.

당연히 충전기는 안 줍니다. 그것이 바로 친환경...

구형이 되어버린 BA01, BA03과 신형 SA02를 어두운 환경에서 촬영했습니다.

신형 모델은 SK브로드밴드의 전통.. 백라이트(발광) 기능을 포기 했습니다.

USB-C 단자를 지원합니다.

USB-PD 충전도 문제 없습니다.

SK의 현행 3종 셋톱박스들입니다.

여전히 잘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3.

외국에서 건너온 애플TV 4K 3세대.

그리고 신형 AI4 Vision...

여러 논란 거리

🤔이 요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가?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4,400원 짜리 스마트3를 선택하는 게 경제적으로 옳다 봅니다. 2배 가격인 8,800원으로 AI4 비전을 이용한다면 그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도저히 구미가 당기지 않아요.

- AI비서 :  스마트3에도 AI비서는 있지요.

- 카메라 : 이건 하도 논란의 여지가 많아, 따로 풀어보겠습니다😅

- 돌비비전 : 스마트3가 지원하는 HDR10으로도 충분히 대안이 됩니다.

만약 제 지인들이 묻는다면, 그냥 애플TV나 스마트3 선택하시라 말할 겁니다.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카메라가 정녕 필요한가?

취향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요.

그런데 본질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카메라는 그저 도구에 불과하고, 이 도구로 무엇을 할 수 있냐가 핵심 아니겠습니까? 결국 AI4의 카메라는 1️⃣찍힌 화면을 TV에 보여주고, 2️⃣화면에 포착된 사람의 동작을 인식하는 도구입니다. 이걸로 할 수 있는 건 : 

- 게임을 한다

- 회상 회의를 한다

- 캠(CCTV)으로 사용한다

- 운동 보조 도구로 활용한다

뭐 이 정도 아니겠습니까? 실제로 SK브로드밴드는 AI4 비전 출시와 동시에 → 카메라로 할 수 있는 게임 앱 2개 · 운동 앱 1개 · 캠 앱 1개를 준비하긴 했습니다.

[ 다함께 캠으로 게임하면 약간 추해집니다..

솔직히 재미는 있었는데, 기술적인 디테일이 약했습니다 ]

그런데 이런 의구심이 듭니다. SK에서 준비한 여러 앱들이 과연.. 전문 회사 수준의 1️⃣재미를 줄 것인지, 2️⃣유지 보수가 담보 될 수 있는지, 3️⃣다양하고 새로운 앱이 지속적으로 출시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쉽게 말해 : SK 셋톱박스로 운동 앱 플레이 하는 게 → 닌텐도 스위치로 링피트 하는 것보다 재밌기는 힘들잖아요? 현재 상황 만으로 속단하면 안되겠지만, SK에게 꽤 어려운 숙제임은 분명합니다. 

[ 셋톱박스에 대포 카메라를 달아 놓는다 한 들, 쓰임새가 없으면 무의미합니다 ]

#2줄 요약하자면 : 

- 닭(=하드웨어)이 먼저? 달걀(=소프트웨어)이 먼저? = 달걀이 부족합니다

- 저는 이 달걀, 맛 없습니다

총평

😁 주요 장점

- 높아진 스펙

- 카메라를 포함한 다양한 기능

- 친환경 리모컨

😱 주요 단점

- 스펙 따질 거면 애플TV 선택하는 게..

- 다양한 기능이 전혀 와닿지 않음

- 살인적 요금

[ 오늘날 SK의 3가지 셋톱박스. ]

KT의 기가지니1이 모듈형 카메라로 충격을 선사한 게 7년 전 일인데 역사는 반복되는 듯합니다. 오늘날 수많은 회사들이 AI열풍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담아, 실험적 서비스들을 양산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실험'이 그러하듯, 살아남는 서비스는 별로 없습니다.

SK에서 시도한 이번 모험은 -도전 정신 측면에서- 대단히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와닿는 서비스가 된다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겁니다.

진짜 중요한 건 지금부터입니다. 양질의 콘텐츠(앱) 생태계가 없다면, 하드웨어는 무용지물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SK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